자카리 드 아르노의 아내였지만 그의 사후, 사치와 배덕함, 그리고 음탕함을 명분으로 아르노가(家)에서 내쳐진 여자. 친가인 블랑쉐포르가(家)의 몰락으로 오갈 데 없이 방황한 끝에 초라한 변방의 수도원으로 쫓겨나다시피 한 여자. 그리고 그 끝에 결국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죽게 된 여자.
명예를 모르는 악녀.
그것이 바로 비앙카의 회귀 전 생이었다.
***
“이게 현실이라고?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거란 말이야?”
꿈도, 환각도 아니다. 이 배고픔은, 피로는, 생생함은…. 이 모든 것은 현실이었다.
정말, 정말 그렇다면. 신이 나에게 다시 한 번의 값진 기회를 주신 거라면…!
‘나는 장사를 하는 거야. 결혼도 결국 장사니까. 자카리의 아이는 좋은 장사 밑천이 되어 줄 거야. 내 지참금도 지켜 주겠지. 블랑쉐포르 영지도, 아르노 영지도 그 빌어먹을 자작에게 빼앗기지 않게 될 거야.’
그러려면 그녀의 남편, 자카리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
“우리의 결혼은 얼마짜리 결혼이었죠?” “송아지 400마리, 돼지 900마리, 은그릇 100개, 비단 300필, 보석 두 궤짝, 그리고 영지 일부분…. 아르노가의 이 년 치 예산 만큼이었지.” “그 값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