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Descriptions: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산문집. 첫번째 산문집인 <밤이 선생이다>가 나온 지 5년 만이다. 지난 5년, 그는 번역가로서의 제 소임을 다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참혹하리만치 망가져버렸던 우리 정치사회의 면면을 쉴 틈 없이 꼬집어가며 우리들의 접힌 귀와 감긴 눈과 다문 입을 열게 하고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면마다 들어앉아 펜대를 감아쥐어왔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그의 지난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평생을 그래왔듯 그는 이번 책에서도 제 감정적 앞섬보다는 제 사유의 앞섬으로 우리를 따르게 한 제 글 그림자의 '격'을 귀한 선 끝의 우아함으로 지켜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조곤조곤 제 속내를 비유적으로 표현해낼 때가 잦은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쉽게 웃거나 쉽게 울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웃음이 그치고 울음이 그친 뒤 돌아서서 세수 한 번을 하고 올 때가 있는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는 빠른 걸음을 자랑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보폭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본능적으로 호흡했다가 발을 맞추는 일에 재주가 능한 사람이다.
이렇듯 그는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일에, 그것도 말이 되는 자연스러움으로 자연답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일에 평생의 제 허리뼈를 휘어왔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심사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반영이 된 책이다. 산문의 시작은 2013년 3월 9일에서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난다.” DRIVE